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게 뭔가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다양한 방법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을 다룬 책입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도입부터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전개가 좋다면 끝까지 전달력 있게 서사를 이어 갈 수 있지만 자칫 이미 범인을 알아서 흥미를 잃고 이탈을 만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과거부터 시작합니다. 처음 사람을 죽인 그 순간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주인공 릴리의 순간들. 왜 죽였는지. 지금의 행동이 무엇에서 기인했는지, 그로 인해 릴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그려줍니다.
책을 읽던 중 문득 이런 질문을 제게 하고 싶어졌습니다.
만약 오늘 산 귤 한 박스 맨 아래에 곰팡이 핀 귤 하나가 들어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버려야 합니다. 이런 경우엔 빨리 확인했다면 다행이겠죠. 다른 귤에 곰팡이가 옮겨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니까요. 그래야 전체를 살릴수있죠.
이것이 이 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주인공 릴리가 행동하는 방식입니다. 그녀는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제거한다.’ 이것이 그녀의 생각이고 행동입니다. 물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에 한해서지만.
사실 사회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법이 아닌스스로 제거한다는 다소 무모한 생각이죠. 그러나 릴리는 철저한 계획 아래 거침없이 행동합니다. 예상치 못 한 문제가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대처합니다.
처음엔 어린 시절 릴리의 불행 그리고 이어진 행동에 연민을 느끼며 읽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읽을수록 그녀는 자신의 정의감 속에 행복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소설 속 그녀는 말했죠. ‘난 후회하지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내가 저지른 살인마다 이유가, 그것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고 말이죠. 곰팡이 핀 귤을 버려 다른 귤을 지키듯 사회 악을 직접 처치해 다른 사람의 행복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마치며…
어린 시절 성범죄자에게 노출된 환경부터 부모의 갈등으로 인한 방치. 그녀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어른들이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서 도와주지 않았죠. 덕분에 스스로 ‘해결’해버리는 답을 내버리고맙니다.
청소년기 사상, 신념, 가치관 형성에 사회적, 가정적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은연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소설 속 릴리의 행동을 정당화할 순 없지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네요. 특히 성 범죄에 관해선 저 또한 아주 확고한 의견입니다.
왜 대체 전자 발찌 따위를 채울까요. 전자 목걸이 같이 눈에 확 띄는 조치를 취한다면 그게 싫어서라도 그런 짓을 안할텐대 말이죠.
아무튼 뻔한 내용의 책입니다. 그리고 내용이 살짝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몰입감, 전달력은 매우 훌륭하기에 킬링타임용으로 강력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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